나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

배가 편안하다는 감각을 처음 알아가기까지
이런 분이 찾아왔습니다
처음 들어오실 때부터 힘이 없었습니다. 인사를 나누는 목소리가 작아서 두 번 되물어야 했습니다.
몸이 많이 말라 있었습니다. 앉으실 때 어깨가 안으로 말리고 등이 굽었습니다. 앉은 자세가 아픈 곳을 감싸는 모양이었습니다.
처음 꺼낸 말은 하나였습니다. 배만 안 아팠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이미 여러 곳을 다녀오신 뒤였습니다. 치료도 받아보셨고 최면도 여러 번 받아보셨습니다. 그때뿐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좀 괜찮아졌다가 다시 아프고, 또 괜찮아졌다가 다시 아프고를 반복해 오셨습니다.
이분이 앉아 계신 자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픈 것을 멈추고 싶다는 말은 분명한데, 그 말을 몇 년째 하고 계셨다는 것.
내담자 보호를 위해 성별·나이대·구체적 상황을 변경했습니다. 상담 구조와 변화 과정은 실제 상담을 따랐습니다.
안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
세 번째 회기였습니다. 일을 하시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고 하셨습니다.
"아픈 걸 멈추면 난 뭐하지."
본인도 그 생각에 놀라셨습니다. 낫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사람의 머릿속에 왜 그런 말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찾아서 꺼낸 말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을 보내시던 중에 툭 올라온 말이었습니다. 이런 말은 상담실에서 질문을 받고 나오는 것보다 힘이 셉니다. 본인이 방어할 틈 없이 올라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한 줄이 이 몇 년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아픈 것이 이분의 하루를 채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픈 것에 시간이 들어가고, 아픈 것으로 하루의 계획이 정해지고, 아픈 것이 지금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분이 실제로 걸려 있던 곳은 통증이 아니었습니다. 통증이 없어진 다음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담에서 이렇게 다뤘습니다
통증을 다루는 작업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 작업은 이미 여러 곳에서 하고 오신 뒤였고, 그때마다 돌아왔습니다.
천은주 박사는 이런 경우에 몸보다 먼저 보는 것이 있습니다. 본인 안에서 편안해지려고 보내는 신호를 읽고 있는지입니다. 낫고 싶다는 말과 편안해지고 싶다는 신호는 다를 때가 있습니다. 말은 낫겠다고 하는데 신호는 아직 그쪽으로 나 있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두 가지가 함께 있습니다. 하나는 오래되어 몸에 붙은 습관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놓았을 때 찾아오는 막연한 불안입니다. 내가 나으면 정말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입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통증을 떼어내는 쪽으로 가지 않습니다. 아픈 것 말고 이 사람을 살게 할 다른 힘이 어디 있는지를 함께 찾습니다. 놓을 자리가 아니라 옮겨갈 자리를 먼저 만드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회기마다 일상에서 할 과제를 함께 정합니다. 상담실 안에서만 작업이 일어나면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분께는 굽은 자세를 펴는 일을 드렸습니다. 그 말이 올라온 것도 상담실이 아니라 일상에서였습니다.
몇 회기 만에 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세 번째 회기에 그 말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음 네 가지 달라진 것
지금은 이렇습니다
아홉 회기를 지나 열 번째 회기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상담을 시작할 때는 나오지 않던 종류의 말입니다.
배는 아직 아픕니다. 다만 훨씬 덜하다고 하십니다. 자세를 고친 것이 컸습니다.
아주 가끔, 배가 편안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고 하십니다. 오래 아팠던 분에게는 이것이 새로운 감각입니다. 아프지 않은 상태를 느껴본 지가 오래되어서, 편안한 것이 어떤 것인지 몸이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몇 번 더 하면 정말 힘이 생겨서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본인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하십니다. 처음 오셨을 때 목소리를 생각하면, 이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자리입니다.
이 사례가 말해주는 것
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오래 아팠던 분들에게 공통으로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1. 여러 곳에서 치료를 받고도 돌아온다면, 방법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나은 다음의 자리가 아직 비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2. 낫고 싶다는 마음과 아픈 것을 놓기 어려운 마음은 같은 사람 안에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가 거짓인 것이 아닙니다.
3. 회복은 아픈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픈 것 말고도 하루를 채울 것이 생기는 것입니다. 옮겨갈 자리가 생기면 놓는 일은 그다음에 따라옵니다.
오래된 통증에는 여러 원인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통증의 원인을 한 가지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상담의 결과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 글은 같은 변화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몸의 증상이 있으시다면 의료기관 진료가 먼저입니다.
더 깊은 회복이 필요하다면
천은주박사 최면심리센터에서는 오래 아팠던 몸이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부터 함께 봅니다.
지금 상황이 최면으로 다뤄질 수 있는지부터 면담에서 살펴봅니다.
